시가 리뷰, 오늘의 시가는 쿠바산 시가인
몬테크리스토의 넘버 2입니다.
시가 이름이 No.2인데,
쿠바산 시가들은 이런 식으로 이름을 대충 짓는 경우가 많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제가 시가에 대해 그리 많이 알지는 못합니다만,
비톨라(사이즈)를 이름으로 붙인다든지,
이런 식으로 숫자로 그냥 대충 붙이는 걸 많이 보게 됩니다.
시가의 국적 그 자체로 브랜딩과 마케팅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기에
이름을 성의 없게 짓는 등, 이런 배짱 장사(?)가 통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이름을 이렇게 지은 배경은 잘 모르겠네요.
(혹 아시는 분 계시면 덧글로 남겨 주시면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저는 쿠바산 시가에 대해 회의를 품고 있는 사람입니다.
'과연 내가 느끼는 만족감이 내가 지불한 금액에 합당한 것인가?' 하고 자문하노라면,
'아니다'라는 답 외에는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 생일을 맞아서 사치를 한번 부려보고 싶은 마음에,
리뷰를 겸해서 자주 가는 매장에 들러 피워 보았습니다.
[시가 개요]
우선 몬테크리스토라는 브랜드 이름이 저는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고교시절, 사촌 형의 추천으로 저는 민음사에서 나온 양장본 소설을 읽게 되었습니다.
유약하고 순박했던 평범한 청년이
막대한 부를 거머쥐며 교양과 품격을 갖춘 신사로 탈바꿈하는 그 모습은,
소년이었던 당시의 저에게는 굉장한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저에게 있어 동경의 대상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점잖고 품격 있으며, 여유로운 '신사'가 되고자 하는 지금의 제 마음가짐은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읽고 난 다음부터 생긴 것이라 볼 수 있으니까요.
이야기가 잠시 딴 데로 샜습니다.
제가 브랜드에 대해 아는 지식이 없어, 제 이야기를 떠들어 댔군요 ^^;
아시다시피 쿠바의 시가 제조 회사는 쿠바 정부의 국영기업으로서 운영되며,
이 몬테크리스토 역시 그렇습니다.
1935년에 설립된 회사라고 하는데,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 합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쿠바산 시가 수출량의 25%를 차지한다고 하네요.
[시가 정보] - 출처 : cigaraficionado.com/
분류 Category |
큐반 (쿠바산) Cuban |
제조사 Brand |
몬테크리스토 Montecristo |
이름 Name |
넘버 2 (넘버 투) No.2 |
필러 Filler |
쿠바산 Cuban |
바인더 Binder |
쿠바산 Cuban |
래퍼 Wrapper |
쿠바산 Cuban |
비톨라 (사이즈) Vitola (Size) |
156mm x 52mm* 156mm x 52mm |
* 6과 1/8인치라고 하는데, 쓰기 애매해서 mm로 썼습니다 ^^;
쿠바산 시가다 보니, 래퍼, 바인더, 필러 모두 국적이 쿠바산입니다.
이번에 제가 태운 녀석은, 직원분의 설명에 다르면 한 1년 정도 묵은 녀석이라고 합니다.
도통 팔리는 걸 본 적이 없다시길래 집었습니다.
[초반 1/3 지점]
불을 붙이기 전, 시가의 냄새를 맡아봅니다.
원래 쿠바산 시가에는 특유의 꼬릿 한 냄새가 나는데,
꼬릿 하면서도 구운 고기 냄새 같은 느낌이 났습니다.
불냄새가 묻어있는 숯불고기 같은 느낌이랄까요.
평소에는 펀칭으로 뚫는 것을 선호하지만,
매장 직원분의 추천으로 V 컷으로 잘라봤습니다.
생각보다 괜찮네요 V 컷.
콜드 드로를 해보니 다행히 막히진 않습니다.
약간 빡빡하다는 느낌은 있네요.
콜드 드로에서 구수한 나무 냄새와 흙내음이
약간의 짭짤함과 함께 벌써부터 들어옵니다.
불을 붙이니,
나무냄새와 흙냄새를 왔다 갔다 하는 구수한 향이 풍부하게 납니다.
불 붙이기 전 콜드드로에서 느꼈던 짭짤함과 꼬릿함이 같이 들어오면서
굉장히 매력적인 느낌입니다.
살살 연무를 조금씩 돌려보니
고소한, 구운 견과류 같은 맛도 납니다.
'하, 맛 좋네.'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연무는 좀 적게 올라오는 편입니다.
조용히 탄다는 느낌입니다.
코로 뿜으면 꽃향기가 살짝 돌면서 매운맛이 코에 강하게 남습니다.
처음 코로 뿜었을 때 깜짝 놀랐네요.
'갑자기 꽃 향?! 그리고 맵다고?!'
하면서 말이지요.
[중반 2/3 지점]
첫 1/3 지점이 구수함과 흙 내음, 그리고 꽃 향기가 주 무대에 있었는데,
밑에 있던 고소한 견과류 맛이 2/3 지점으로 오면서 강해집니다.
리뷰 메모 원본에
'많이 고소해 짐. 구운 견과류 향이 매우 짙어짐'이라고 써 놓았군요.
좀 부담스러울 정도로 구운 견과류 향이 강해졌습니다.
그리고 시가 풋(Foot), 이 끝부분에서 올라오는
연무의 향이 또 매력 포인트인데,
입안과 혀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또 다른 고소한 향을 코에 전달해 줍니다.
뭐랄까, 조금 더 매캐한 느낌을 가진 오묘한 고소함이랄까요?
유년 시절 동네에서 어른들 몰래 불장난을 하다
평소 먹던 과자 따위의 간식을 불에 넣어 반쯤 태우듯이 먹는 느낌...
같다고 하면 좀 우스운 표현일까요?
그래서 가끔씩 코 근처에서 돌리면서 연무를 즐기곤 했지요.
시가가 절반 즈음 넘어 타 들어가자,
고소함이 다시 구수하고 진한 나무향으로 바뀌면서,
알싸한 매운맛이 함께 입 안으로 들어옵니다.
이제 후반으로 넘어가며 이 매운맛은 계속 더 진해져 갑니다.
[후반 3/3 지점]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강해지던 매운맛이,
처음부터 조금씩 계속 다른 향과 함께 느껴지던 꽃 향기가 강해지면서
이 둘이 박하향처럼 느껴집니다.
화한 느낌인데, 저는 그다지 취향에 맞는 맛은 아니었습니다.
꽃 향과 나무향이 계속 들어오면서,
박하의 시원하고 매캐한 맛이 혀에 계속 진하게 남습니다.
꽃 향, 나무향, 박하향.
삼중주가 이어집니다.
위의 저 사진이 밴드를 밀어 내기 직전의 모습인데,
이 즈음에서 사진을 찍을 때 불이 한번 꺼졌습니다.
불을 다시 붙이면서 남은 시가를 눌러보니
태우면서 생긴 습기가 뒤에 몰려서 눅진눅진하게 시가가 젖은 상태였네요.
불을 다시 붙였는데,
혀에 진하게 남는 박하향과 매운맛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시가는 약간 빡빡하게 말려서 드로(Draw)는 괜찮은 느낌이었습니다.
헌데 재가 좀 짧게 자주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빡빡하게 빨리는 느낌인데, 어떻게 이렇게 허술하게 푸석푸석 잘도 재가 떨어질까
생각이 드는 시가였습니다.
니코틴 강도는 중간에서 약간 상을 매길 수 있겠습니다.
식사 때가 가까워 오지도 않았는데, 시가를 다 태우고 나니
니코틴이 분비한 위산에 뱃속이 완전 텅 비어버렸었네요.
보통 속도로 태우다 보면 니코틴 펀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종합평가 & 정리]
구수한 나무향과 흙 내음에 꽃 향기가 지나가는 시가.
중반부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견과류의 고소한 맛. 후반부의 박하향의 강렬함.
맛있었고, 인상적인 시가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H의 추천점수]
시가는 이런 것이다! 하는 느낌을 들게 해 주는 시가입니다.
쿠바산 시가를 얼마 태워보지도 않은 주제에 말하는 게 참 웃기지만요 ^^;
아무튼 매력적인 시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매수, 추천합니다.
위험 | 주의 | 신중 | 매수 | 풀매수 |
이상으로 리뷰를 마칩니다.
모두 즐거운 끽연하시기 바랍니다.
- 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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