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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Cigar) 담배/시가 리뷰

[시가 리뷰] CAO - Pilon Robusto (씨에이오 - 필론 로부스토)

by 젠틀맨H 2021.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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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리뷰, 첫 번째 시간입니다.

 

영광의 첫 타자는 CAO(씨에이오)의 필론 로부스토(Pilon Robusto)입니다.

 

 

CAO의 필론 로부스토(Pilon Robusto), 시가 레스트는 꼬이바 정품 아닙니다 ^^;

 

CAO라는 브랜드 명은 창업주 이름의 이니셜을 딴 약자라고 합니다.

따라서 '씨에이오'라고 읽어야 한다는데,

해외 영상에서도 '카오'가 아니라 '씨에이오'라고 발음하는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냥 '카오'라고 발음합니다. 하핫.

 

[시가 개요]

 

'Pilon'이라는 이름은 19세기 쿠바에서 담배를 숙성시키는 공법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시가의 박스에 필론 공법에 대해 간단히 적혀 있는데,

담뱃잎을 묶어서 층층이 쌓아 올려서 숙성시키는 자연발효법이라고 합니다.

 

CAO 필론 로부스토의 시가 박스, 뚜껑 안쪽에 필론 공법의 그림과 개요가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시가 박스에도 필론 방식으로 담배를 숙성시키는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CAO는 이 필론 숙성법을 거치면 담배는 더욱 깊은 맛과 색을 띠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원래는 사각형으로 쌓아서 숙성시킨다고 하는데, CAO에서는 원형으로 널어서 숙성시킨다고 합니다.

실제로 페르도모(Perdomo) 사의 유튜브 영상을 보니, 원형이 아니라 사각형으로 널어서 숙성시키더군요.

 

원형으로 쌓는 게 사각형보다 공간은 많이 차지하겠지만,

그만큼 공기와의 접촉면적이 넓어져서 숙성엔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톨라는 처칠, 로부스토, 코로나, 토로, 토르페도 총 5가지로 발매되며,

저는 로부스토(5인치, 링 게이지 52)를 골라봤습니다.

 

[시가 정보] - 출처 : CAO 공식 홈페이지

분류
Category
난큐반
Non Cuban
제조사
Brand
씨에이오
CAO
이름
Name
필론 로부스토
(Pilon Robusto)
필러
Filler
에콰도리아 아바노 비소
Equadorian Habano Viso
바인더
Binder
나카라과
Nicaraguan
래퍼
Wrapper
도미니카, 니카라과
Dominican, Nicaraguan
비톨라 (사이즈)
Vitola (Size)
로부스토 (5인치(127mm) x 52mm)
Robusto (5 x 52)

이 시가는 첫인상부터 엄청 재미있습니다.

널찍한 밴드에 시가에 대한 정보가 빼곡하게 써져 있습니다.

굉장히 재밌죠. 시가의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같은 느낌이랄까요.

 

 

CAO 필론 로부스토의 밴드, 마치 이력서 같습니다

 

밴드에는 브랜드 명, 시가 이름, 비톨라, 래퍼, 바인더, 필러,

CAO의 마스터 블랜더인 릭 로드리게스의 서명까지 되어 있습니다.

이 시가를 블랜딩 한 사람이죠.

 

그리고 밴드 가장 윗줄에 스페인어로 Lote pequeño(로떼 뻬께노)라고 적혀 있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Lote는 (자기가 받을) 몫, 배당, 할당이고
pequeño는 짧은, 작은, 이라는 뜻으로, 

영어로 번역하면 'Small Batch'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스몰 배치 치고는 많은 양이 계속 꾸준히 생산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인데 말이죠 ^^; 

 

 

CAO 필론 로부스토의 밴드 뒷면, 필론 공법 그림

 

뒷면에는 필론 공법이 자랑스레 그려져 있네요.

필론 공법을 특장점으로서 강조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필론 공법으로 이미 숙성되었다는 시가지만,

들여와서부터 반년 정도 더 묵혔더니 색이 많이 어두워졌습니다.

처음에는 밝은 갈색이었는데, 흑갈색으로 변했네요.

 

덕분에 묵히는 재미가 있습니다.

 


[초반 1/3 지점]

 

콜드 드로 (Cold Draw)*를 해보면 약간 뻑뻑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원래 주로 시가 컷팅은 펀칭으로 하는 편인데,

이번에 스트레이트 컷을 한 이유가 바로 이 빡빡한 느낌의 드로 때문입니다.

커팅 면적을 넓게 해서 공기를 쉽게 통하게 해서 부드럽게 연무가 들어오게 해 봤습니다.

 

*콜드 드로 : 시가를 커팅하고 불을 붙이기 전에 공기를 빨아들여 보는 것

 

처음 불을 붙이면 달콤한 향이 흙내음, 나무향과 함께 퍼집니다.

연무를 뱉을 때 흙내음이 많이 느껴집니다.

 

첫 인상은 달콤, 흙내음, 나무향
꼼꼼하게 불 붙였습니다

 

은은한 단맛이 나무향이랑 같이 올라오는데, 앞서 말한 흙내음과 섞여서
눅눅한 톱밥 냄새 같기도 합니다.

 

이 흙내음과 나무향이 섞인 냄새는 제가 유년시절에 익숙했던 냄새를 떠올리게 하는데,

바로 비에 젖은 톱밥 냄새입니다.

 

유년시절 동네에 목공소가 있었는데, 나무를 자르고 난 톱밥을 쌓아 놓는 곳이 있었습니다.

까만 흙바닥에 항상 통나무가 많이 쌓여 있는 곳이었는데,

비 오는 날 등교할 때 근처를 지날 때면 어김없이

비에 젖어 눅눅해진 톱밥 냄새와 흙내음이 섞여서 눅눅한 흙 나무향이 나곤 했지요.

 

이 시가에서 느껴지는 향이 딱 그런 향이었습니다.

 

눅눅한 톱밥향과 은은한 삼나무향의 조화, 굿

 

풋(Foot)* 부분에서 올라오는 연무에서는 삼나무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데,
피우는 중간중간에 턱 근처에서 시가를 살살 돌리며

그 연무의 향을 즐기는 것도 매우 좋습니다.

 

*풋(Foot) : 불을 붙이는 부분, 시가의 끝 부분을 말합니다.

 


[중반 2/3 지점]

전반부에 풋에서 올라오던 삼나무향이 강해집니다.

시가가 타면서 풋이 코로 가까이 왔기 때문이겠지요.

슬쩍슬쩍 후추향이 나기 시작하고, 매콤한 톱밥 향이 감돕니다.
이따금씩 혀가 따끔따끔한 것이, 벌리가 많이 들어간 파이프 연초를 태울 때의 자극과 비슷하네요.

 

중반에는 삼나무향이 강해지고, 초콜릿맛이 납니다

 

단맛과 나무향이 조화를 이루면서 살짝살짝 초콜릿 맛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강해진 삼나무향에 비해, 흙내음은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느낌입니다. 
흙내음은 코로 연기를 뿜을 때, 후추향과 함께 느껴지네요.

 


[후반 3/3 지점]

마지막 3분의 1 지점 가니, 건포도향, 말린 과일향이 약간씩 올라옵니다.

아마 삼나무향이 후반부에 몰리면서 변하며, 단맛과 섞인 게 그런 느낌을 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여전히 삼나무 향이 짙게 올라오는데, 단맛이 중반보다 더 납니다.

따라서 앞서 느꼈던 초콜릿 맛이 조금 더 짙어지는 느낌입니다.

 

후반부에는 과일향과 견과류향도 올라옵니다

 

그리고 이따금씩 코의 들숨을 통해 함께 들어오는 맛에서

약간의 견과류 향이 느껴집니다. 구운 캐슈너트 느낌이 납니다. 

시가를 태우기 전에 캐슈너트를 구워 먹었는데, 그 맛이랑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후반부에서는 후추향이 약간 옅어지는 느낌입니다.

단맛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눌린 느낌이랄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하게 타들어가는 시가로,

완벽한 직선을 이루면서 타들어가진 않지만,
옆으로 불이 붙어서 비뚤어지지는 않습니다.

 

빡빡하게 말려 있어서 그런지, 탈 때 부풀어 오르지 않습니다

 

뻑뻑할 정도로 단단하게 잘 말아놓은 덕분인지,

보통 시가가 탈 때 약간 부풀어 오르면서 타는데, 거의 부풀지 않은 상태에서 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빡빡한 재를 믿고선 시가 물고 글 쓰다가 결국 노트북에 재를 한번 떨어뜨렸습니다 ^^;

 

빡빡하지만, 너무 믿진 마시길... 불시에 떨어집니다

 

 

[종합평가 & 정리]

 

저렴한 가격에, 크게 복잡하지 않고, 명료한 맛과 향을 내어줍니다.

필론 공법의 숙성 덕분인지는 몰라도 단맛과 나무향의 조화가 굉장히 인상적이고,

비슷한 가격대 시가와 비교했을 때 밀리지 않는 훌륭한 품질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좋은 시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CAO의 노력이 느껴지고,

필론 공법을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H의 추천점수]

 

시가 입문자들부터 중상급자 들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시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성비 아주 좋습니다. 매수, 추천합니다.

 

위험 주의 신중 매수 풀매수

이상으로 리뷰를 마칩니다.

 

- 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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