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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 담배 끽연/파이프 이야기

사무엘 가위스, 2015년 합병 전후의 변화에 대해

by 젠틀맨H 2021.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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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H입니다.

 

오늘은 평소 제가 사무엘 가위스 연초 리뷰에서 줄곧 이야기하곤 했던,

'신판 연초' 그리고 '구판 연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포스팅의 제목도 그렇고, 여지껏 제 리뷰를 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예상하셨겠지만

오늘의 포스팅은 사무엘 가위스 사의 신판 연초에 대한 성토 글입니다.

 

이번 글은 사실관계보다는 제 졸견을 쏟아놓는 글입니다.

어디까지나 사무엘 가위스와 국내 사무엘 가위스 제품의 공식 수입사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배치됩니다.

즉, 오피셜이 아닌 제 뇌피셜이라는 이야기지요.

 

[서론 - 왜 이 글을 쓰게 되었는가]

영국의 파이프 연초 제조사인 사무엘 가위스 사의 로고, 출처 : 구글

 

사실 제 블로그에 찾아오실 분들 중에서 사무엘 가위스의 구판 연초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하실 만한 분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마 거의 안 계시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아마도 2015년 이전, 혹은 길게 잡아도 2016년 즈음부터

사무엘 가위스 사의 연초를 많이 피우시던 파이프 애호가들이 공감하실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 정도 구력이 되시는 분이라면,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으실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죠 ^^;)

 

파이프 애호가라면 누구나 다 사무엘 가위스를 알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파이프를 피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한 번쯤은 파스 타바코 매장에 가 봤을 것이며

파스 타바코에서 판매하는 가장 대표적인 파이프 연초인 사무엘 가위스 사의 연초를 맛보았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대한민국 최고의 파이프, 연초 판매처인 파스타바코 상수점의 파이프 연초 코너, 사무엘 가위스 사의 연초가 많이 보입니다

사무엘 가위스 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이프 연초 제조사이며,

그 역사도 1792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온 터라, 엄청나게 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많은 사람들은 2015년 3월 18일을 기점으로 사무엘 가위스 사에 실망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연초의 맛이 변해버렸기 때문이지요.

 

왜 2015년 3월 18일을 기점으로 맛이 변했느냐면,

바로 가위스 & 호가스(Gawith & Hoggarth)사와의 합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무엘 가위스, 호가스 가위스에 합병되다]

 

 

영국 파이프 연초 제조사인 가위스 호가스 사의 로고, 출처 : 호가스 페이스북

사명에 있는 가위스 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 회사의 뿌리는 같습니다.

2015년 합병으로부터 150년 전인 1865년, 사무엘 가위스 가에서 떨어져 나온 회사가 바로 가위스&호가스 입니다.

 

150년 만에 호가스로 흡수합병되다시피 한 가위스는, 자신들의 공장에 있던 설비와 인력을 모두 호가스의 공장으로

이전했다고 하며, 설비와 인력이 모두 그대로 건너갔기 때문에

생산공장은 호가스 사로 이전 합병 했으나, 연초의 가공과 생산은 모두 합병 이전과 동일하다고 주장합니다.

 

말하자면 '합병 이후에도 우리 연초의 맛은 동일하다'라는 말이지요.

 

하지만 합병 이후에 생산되는 연초들은 모두 하나같이 맛이 연해지고, 흐려졌습니다.

진했던 단 맛과, 그윽한 풍미를 자랑했던 향의 대부분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흡사 물이라도 탄 듯한 옅은 맛과 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무엘 가위스의 연초를 줄곧 아껴왔던 애호가들에게 있어 호가스 합병 이후의 연초 틴은

사무엘 가위스 팬들에게 재차 실망감을 안겨주게 됩니다.

 

연초 틴에 있는 호가스의 이름 때문이지요.

 

사무엘 가위스의 세인트 제임스 신형 틴, 뒷면에 호가스가 떡하니 찍혀 있습니다

사무엘 가위스의 세인트 제임스 플레이크 리뷰에 올렸던 신형 틴의 뒷면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한 가운데에 떡하니 가위스 호가스라고 적혀있습니다.

틴 하단에는 숫제 호가스의 홈페이지 주소까지 적어놨군요.

 

사무엘 가위스의 세인트 제임스 플레이크 연초의 신형 틴, 틴을 열어도 호가스가 나옵니다

틴을 열어도 호가스의 이름은 다시 한번 나오게 됩니다.

저 호가스의 이름이 적힌 빡빡한 마분지를 벗겨내면 연초가 나오게 되지요.

 

이 쯤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내가 산 연초가 사무엘 가위스의 연초인지,

호가스의 연초인지 헛갈릴 지경입니다.

 

호가스 사는 호가스 사 나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사무엘 가위스의 연초와는 다른 방향성을 추구하면서 그들만의 독자적인 맛과 향을 갖고 있습니다.

 

호가스 사의 공장에서 사무엘 가위스 연초를 만들고 있다곤 하지만,

굳이 150년의 세월을 다른 회사로 있으면서 다른 연초를 제조했던 회사인 사무엘 가위스 연초에

호가스 사의 이름을 저렇게나 내거는 게 과연 사무엘 가위스에게, 그리고 사무엘 가위스의 팬들에게

유쾌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요.

 

사무엘 가위스라는 브랜드와 그 제품에 애착이 있는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제품의 품질(맛과 향)을 논하기 이전에,

제품의 겉, 껍데기만 보고도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과 불쾌함이 드는 걸 보면,

마케팅에 문외한인 저조차도 사무엘 가위스의 마케팅에 자충수를 두었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연초를 피워보기도 전에 이미 사무엘 가위스는 호가스에 흡수(합병) 되었다, 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사무엘 가위스, 어떻게 변질되었나]

사무엘 가위스의 연초는 호가스와의 합병 이후, 그들만의 색을 잃었습니다.

아니, 호가스의 색으로 덧칠되었다고 하는 표현이 정확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무엘 가위스 연초의 큰 특징은 크게 아래 3가지라고 생각합니다.

 

1) 극한의 핫 프레스 공정을 거친 연초

2) 핫 프레스 공정에 기반한 농축된 진한 맛

3) 연초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가향

 

그중에서 1번으로 꼽은 핫 프레스 공정은 다른 연초 제조사에서 좀처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사무엘 가위스 연초만의 특징과 맛의 기반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타사의 플레이크 연초에서는 그만큼 핫 프레싱된 연초를 보지 못했고,

사무엘 가위스에서만 볼 수 있었는데, 유독 사무엘 가위스에서만 느껴지는 '특유의 진한 맛'을

타사에서는 맛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무엘 가위스가 특정한 담배 품종을 개량해서 사용한다거나,

그들만의 독자적인 담배 농장, 혹은 공급처를 갖고 있지 않는 이상에야

제조 공법 말고는 맛의 차이를 설명하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추측입니다만,

사무엘 가위스의 플레이크 연초의 모습이 호가스와 비슷해진 걸 보면

합병 이후 사무엘 가위스는 플레이크 연초 생산 공정을 호가스의 방식에 영향을 받았거나,

심한 경우 호가스의 제조 공법으로 생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사무엘 가위스의 플레이크가 호가스의 플레이크처럼 변해버렸고,

생산 공정이 변했으니 당연히 맛도 변질 될 수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것이지요.

 

호가스 사의 연초는 사무엘 가위스 사의 연초와는 어떤 면에서는 대척점에 있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호가스 사의 연초는 레이크랜드(Lakeland)라고 불리는 특유의 강렬한 가향 연초 블렌딩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연초의 맛이 진하다기보다는 향과 맛의 조화를 추구하는 듯 한 느낌이 들고,

사무엘 가위스 만큼 연초의 맛이 강하게 혀에 와닿지 않습니다.

 

좀 심한 녀석들은 '맛보다는 향으로 피운다'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또한 호가스의 플레이크 연초는 핫 프레스를 거친다고는 하나,

플레이크 연초의 수분감이 사무엘 가위스 만큼 많지 않으며, 밀도가 낮고,

연초의 질감이 거칠고 건조하며, 퍽퍽한 느낌입니다.

 

합병 이후 사무엘 가위스의 연초는 이렇게 바뀌고 말았습니다.

 

안타깝게도 글과 사진으로는 위에서 말씀드린 수분감과, 연초의 거칠어진 질감을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진에서 알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죠.

플레이크가 얼마나 높은 밀도로 강하게 압축되었는지는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세인트 제임스 신구판 연초를 잠깐 사진으로 볼까요?

두 사진 모두 틴을 열자마자 찍은 사진입니다.

 

먼저, 구판 연초의 모습입니다.

사무엘 가위스의 세인트 제임스, 구판 연초의 모습. 잘 압착되어 있어 연초의 밀도가 빡빡해 보입니다

다음으로 신판 연초의 모습입니다.

 

사무엘 가위스의 세인트 제임스 연초, 신판의 모습입니다. 프레싱이 덜 되어 밀도가 낮아졌고, 푸석합니다

사진을 보시면 가장 먼저 어떤 차이가 보이시나요?

 

그렇습니다.

 

신판 연초는 플레이크의 길이가 길어졌고, 틴에 연초가 꽉 들어차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두 사진이 말해주는 차이는 자명합니다.

 

구판 연초가 신판 연초보다 높은 압력으로 압축해서 만든 플레이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연초 모두 50그램의 연초가 들어 있는데 부피가 한눈에 보기에도 차이가 크게 납니다.

 

구판 연초의 경우, 열기 전에 연초 틴을 드는 순간 연초가 틴 안에서 노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흔들어보면 틴 안에서 연초가 달각달각 소리를 내면서 흔들리는 것을 알 수 있었지요.

 

하지만 신판 연초는 틴을 들고 아무리 흔들어도 연초가 흔들리는 느낌이 없습니다.

이건 위에서 보여 드렸던 호가스의 이름이 찍힌 두터운 마분지 커버를 걷어낸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무엘 가위스의 세인트 제임스 플레이크 연초의 신형 틴, 두터운 마분지 커버가 들어 있습니다

그만큼 신판 연초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제가 느낀 프레스 공정의 변화가 단순한 착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오늘 말씀 드린 내용은 서두에서도 말씀드렸듯, 어디까지나 얕은 제 지식을 토대로,

여태껏 느껴왔던 사무엘 가위스의 신판 연초들을 피우면서 느끼고 가지게 된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제조사에서는 이전과 똑같은 설비와 제조공정으로, 똑같은 직원들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고 있고,

저도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말을 믿지는 않습니다. 그건 별개의 이야기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오감은 사무엘 가위스의 합병 이전과 이후의 연초는 분명 다른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전 세계 수많은 파이프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던 파이프 연초 제조사인

맥클라랜드 사의 폐업으로 인해, 수많은 명작이라 불리는 연초들이 없어졌을 때에도 저는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 후에 국내에서 구입한 사무엘 가위스의 2015년 이후 생산분 연초의 변질을 경험하고는

큰 아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세계 최고의 파이프 연초 제조사는 사무엘 가위스'였'기 때문입니다.

 

 

뇌피셜로 너무 긴 글을 써 버리고 말았네요.

 

혹시나 여러분의 주변에서 10년 묵은 사무엘 가위스의 연초를 갖고 계신 분이 있다면

식사를 대접하든, 음료수를 건네든 해서 연초 맛을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아마 십중팔구 만족하실거라 생각합니다.

 

언젠가 사무엘 가위스가 예전 그 연초 맛을 찾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포스팅을 여기에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그럼 여러분, 모두 즐파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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