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 입문 본격, 그 2번째 시간입니다.
앞서 첫 번째 시간에서는 파이프 연초를 보관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했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파이프를 입문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여러 연초들을 맛보며 탐구할 때
처음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장벽인 플레이크(Flake) 연초에 대해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세상 모든 파이프 연초가 사진처럼 리본 컷이면 얼마나 피우기 편할까요.
그냥 연초가 담긴 통을 열어서 파이프에 재우기만 하면 되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많은, 그것도 맛있는 연초들은 플레이크가 많습니다.
플레이크 연초란
플레이크 연초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Flake, 영어 사전에 있는 대표적 의미대로
(무언가에서 떨어져 나온) 얇은 조각을 의미합니다.
위 사진처럼
프레스로 압축시켜 눌러 놓은 연초 덩어리인 플러그(Plug) 형태의 연초를
얇게 한 장씩 잘라 놓은 것이 바로 플레이크입니다.
보통 흔히들 '육포'라고 표현을 합니다.
생긴 게 육포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여태까지 많은 플레이크 연초를 리뷰 해 왔지만,
그래도 '육포처럼 생긴 플레이크'를 꼽으라고 한다면,
그건 아마 사무엘 가위스(Samuel Gawith) 사의 플레이크가 아닐까 싶습니다.
왜 '육포'라고 다들 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셨나요?
사무엘 가위스 사의 플레이크는 굉장히 높은 수분함량과,
특유의 핫 프레스(Hot Press) 가공 법을 통해 굉장히 어두운 색을 하고 있습니다.
높은 밀도와 점성으로 압축되어 있어서,
풀어헤치려면 꽤 손이 많이 가는 플레이크입니다.
높은 연초 습도 함량이라는 요소도 있어서
저는 사무엘 가위스의 플레이크가 플레이크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플레이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코넬 앤 딜의 플레이크에 비하면 서너 배 정도는 더 손이 갑니다.
플레이크 연초의 장점
그렇다면 왜 많은 연초들이 플레이크로 만들어질까요?
피우려면 풀어헤쳐야 하고, 손이 더 가는데 말이죠.
플레이크 연초는 두 가지의 큰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1) 부피가 작아서 보관이 편리하다
2) 공기와의 접촉면적이 좁아 수분과 향의 손실이 적다
이것 외에도 해외 포럼에는 압축되어 연초들이 맞닿아 있음으로 인해
숙성 시, 블렌딩 된 연초들의 시너지 효과가 더 난다는 글도 있네요.
플레이크 연초 푸는 방법
모든 플레이크 연초는
말아서 손바닥 사이에 넣고 비비면 풀어집니다.
리본 컷처럼 하나하나씩 떨어져 나오게 되는데,
이 과정을 사진과 함께 보시겠습니다.
플레이크 중에서 중간보다 조금 높은 난이도를 갖고 있는
맥 바렌(Mac Baren)의 플레이크를 교보재로 갖고 왔습니다.
HH 퓨어 버지니아 플레이크입니다.
(연초 리뷰는 링크 클릭!)
먼저, 플레이크를 파이프에 재울 만큼 꺼내 줍니다.
저 위에서 보셨던 베스트 브라운처럼 통짜로 한 장을 그대로 꺼내셔도 되고,
지금 보시는 사진처럼 조금씩 찢어서 꺼내셔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모두 리본 컷처럼 풀어헤칠 거니까요 ^^
그런 다음,
동그랗게 말아서 뭉쳐서 손바닥에 올려놓습니다.
중간 과정 사진을 찍은 모습입니다.
저렇게 손바닥에 연초를 말아서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양 손바닥을 맞대고, 손바닥 사이에 있는 연초를 비벼서 풀어줍니다.
단순히 앞뒤로 한 방향으로 비비시는 것보다는,
'풀어 준다'는 느낌으로 둥글게 손바닥을 비비면서 풀어주시면 좋습니다.
이렇게 둥글게 여러 방향으로 손바닥을 비비시면 쉽게 풀어집니다.
손바닥 사이에 있는 연초가 대충 다 풀어져 나오면
바닥에 풀어져 있는 연초를 확인합니다.
한 번만에 다 풀어지지 않은 조각들이 군데군데 있을 수 있으니까요.
플레이크 연초를 풀어놓으면, 리본 컷을 곧게 펴놓은 듯한 모습이 됩니다.
위의 사진처럼 말이지요.
만약 플레이크가 한 번만에 다 풀어지지 않았다면,
다시 한번 손바닥 사이에 놓고 비비시거나,
아니면 일부 덜 풀어진 녀석들을 손가락으로 찢듯이 풀어주시면 됩니다.
플레이크 연초를 재울 때의 팁
플레이크 연초를 재울 때는, 리본 컷과는 조금 헐겁게, 가볍게 재우셔야 합니다.
만약 리본 컷 연초와 동일한 느낌으로 재우시면
피우다가 파이프가 막힐 확률이 높습니다.
리본 컷(Ribbon Cut) 연초는, 이름 그대로 리본처럼 꼬불꼬불한 연초입니다.
다시 한번 보실까요?
다시 보는 리본 컷의 존 마(John Marr) 연초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리본처럼 꼬불꼬불해서, 상당한 부피를 자랑합니다.
게다가 수분함량이 높지 않아서 탄성이 있어 압축해도 다시 잘 부풀어 오릅니다.
반면에 플레이크 연초는 풀어도 평평한 형태로 풀어져 나옵니다.
즉, 파이프에 재우게 되면,
플레이크 연초는 리본 컷 연초에 비해
연초 사이의 공간이 매우 좁아지게 됩니다.
파이프 아래에 재워져 있는 연초는
파이프를 태우면서 생기는 결로현상에 반응해서
그 습기를 머금고 조금씩 부풀어 오르게 됩니다.
따라서 플레이크 연초는 리본 컷에 비해 조금 더 헐겁게 재워야 합니다.
리본 컷 연초는 연초 자체의 수분함량이 낮기에,
결로가 생기더라도 플레이크에 비해 습도를 더 많이 머금을 수 있고,
재워진 연초 사이에 공간이 있기에,
습기를 머금고 부풀어 올라도 공기가 통할 공간이 남게 되지만
플레이크는 그 두 점에서 모두 불리하기 때문에
처음에 공기가 잘 통하던 파이프도 어느샌가 막혀버리는 일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플레이크 연초는, 풀어 헤치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재우기 난이도 때문에 초보자에게 난관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도 이러나 저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입니다.
모든 경험과 시행착오가 조금씩 파이프 입문자를 성장시키고
베테랑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지요 ^^
물론 지금도 베테랑은 아닙니다만,
입문 시절의 저도 이 때문에 많은 플레이크 연초를 태우던 중간에 파내고
다시 재우고 피우기도 하고, 파내다 많은 연초를 버리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재울 때 꼼꼼하게 재우지 않고
생각 없이 재우다 보면 파이프가 빡빡해지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막히지는 않지요 ^^;)
자, 플레이크 연초 다루기에 대해 궁금하셨던 입문자 분들,
제 포스팅이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사진에서 보시는
플러그(Plug) 연초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여러분, 모두 즐파하시기 바랍니다.
- 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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