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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 담배 끽연/파이프 제작

대한민국 대표 파이프 작가, 김종욱 작가님을 뵙다

by 젠틀맨H 2021.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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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H입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파이프 작가이신 김종욱 작가님에 대해서 

소개드린 적이 있었죠.

 

오늘은 지난 소개 포스팅에 이어서, 8월 11일에 작가님을 뵙고 온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그냥 제 일기 혹은 비망록 같은 포스팅입니다 ^^ (작가님께도 포스팅하는 것에 대해 허락을 받았으니...)

[작가님을 뵙다]

지난 8월 11일 수요일, 저는 작가님의 작업실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의 작업실을 방문까지의 스토리는... 그 보다 조금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전에 인스타그램에서 작가님께 몇몇 질문을 드렸던 적이 있었는데,

정말 긴 시간 동안 친절하고 자세하게 답변해 주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질문 주세요'라고 하시던 작가님... 

아마 작가님은 저와 마찬가지로 빈 말을 싫어하시는 스타일이신가 봅니다. ^^

 

제 딴에는 정말 폐가 되지 않을까 싶어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용기 내서 질문을 하나 드렸는데,

정말 거의 한 나절을 자세히 이것저것 알려주셨더랬습니다.

 

그리고 또 이 말씀을 하셨죠.

'막히는 부분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세요'

 

아아 그저 빛....!!

 

그리고 얼마 뒤, 저는 스터멜을 깎다가 섕크와 볼이 연결되는 부분이 계속 막혀서 머리를 쥐어 뜯게 됩니다.

답답해서 가슴이 아프던 그 때, 다시 한번 용기를 내서 작가님께 연락을 드렸고...

 

드디어 8월 11일 수요일 저녁 6시에 작가님의 작업실로 찾아 뵐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전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다음날 낮에 백화점에 가서 선생님께 드릴 선물도 골라서

집에서 2시간 좀 넘는 시간을 운전해서 약속시간보다 1시간 일찍 도착했습니다.

 

밖에서 기다리다가... 약속시간 오후 6시가 되기 15분 전에 작가님께 연락을 드렸고,

아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

반갑다옹, 나비다옹

작가님의 곁을 항상 지키는 '나비'입니다. 삼색 냥이인데, 종종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에도 올라옵니다.

엄청난 개냥이였습니다 ^3^ 서로 코 비비고 인사도 했어요!

 

하지만 이런 사랑스러운 나비를 두고도 저는 배우기 바빴습니다.

정말 오후 5시 45분부터 다음날 새벽 4시 10분까지 식사 시간을 포함해서 빡빡하게!

선생님으로부터 정말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정말 쉬는 시간 없이 계속! 아주 고밀도 강습이었습니다 ^^!

 

참 이게 열정이라는게 무섭더군요.

학생 신분 벗은 지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배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바삐 메모를 열심히 했더랬습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와 보니, 급하게 메모하느라 축약해서 메모한 내용도 많네요 ㅠㅠ

제가 써놓고도 지금 읽었을 때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하는 문장도 좀 있습니다.

벤트 파이프에 대한 강좌에 사용된 그림

미리 양해를 구하지 못한 것도 있고, 배우느라 정신없었기도 해서 사진을 거의 찍지 못했습니다.

이 사진은 벤트 파이프의 연도와 장붓구멍(Mortise, 모티스)에 대한 수업 때 사용된 그림입니다.

 

가장 큰 바깥 원이 섕크, 그보다 작은 하얀색 원이 장붓구멍(Mortise, 모티스)이고,

가장 작은 까만색 원이 연도입니다.

 

밑에 있는 동심원 형태는 스트레이트 파이프겠죠. 섕크와 장붓구멍, 연도가 모두 같은 축을 갖고 뚫립니다.

하지만 벤트형 파이프의 경우, 그렇게 만들면 클리너 패싱이 어렵게 되므로...

 

연도와 장붓구멍이 다른 각도로 뚫려서 섕크의 단면이 눈사람처럼 된다는 내용이죠.

 

공장 생산 파이프를 피우다 핸드메이드 파이프를 샀을 때, 벤트형 파이프에서 저렇게 된 섕크의 단면을 보곤

'이거 새는 거 아니냐'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시면서 이 그림과 함께 알려주시더군요.

 

말씀을 듣기 전의 저는 연도와 장붓구멍이 가공의 편의성을 위해 시작점이 이런 식으로 어긋날 때가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것이 클리너 패싱을 위한 것이란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

 

나중에 이건 다른 포스팅에서 그림과 함께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많이도 배웠던 하루]

이 날 제가 메모한 것만 해도 A4 용지 5장 분량 정도 됩니다.

10시간 넘게 쉬지 않고 배운 보람이 있었죠.

 

이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에게는 필요없을 정보겠지만,

그날 배운 것들 중 인상 깊었던 것을 조금 이야기해보자면...

 

1) 지그(Jig)를 잘 만드는 사람이 승리한다

- 지그는 반복 작업의 정확도와 속도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

  항상 '지금 이 작업을 지그로 할 수 없을까?' 하고 생각해볼 것.

 

2) 연마와 카나우바 왁스는 굳이 고속에서 돌릴 필요 없다

- 굳이 고속에서 돌리지 않아도 광이 충분히 나는 것을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저는 여태껏 고속이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제 예상이 빗나갔죠.

 

3) 오일과 카나우바 왁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 남아있는, 좋은 마감이다

- 선생님께서 오일과 왁스 마감을 애용하시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오일과 왁스는 우리 생각보다 오래 남아서, 나중에 그냥 헝겊으로 닦아줘도 광이 잘 나는 걸 보여주셨습니다.

  신기하더군요... 금방 날아가 버릴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

 

4) 핸드 메이드 파이프,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손으로 깎는다

- 이게 가장 깊이 와닿더군요. 우리가 보는 날카로운 곡선과, 샌딩으로 어떻게 작업했을까 하는 모양들은

  일일이 칼로 깎아서 작업한 것이란 걸 알았습니다. 직접 보여주시더군요.

 

5) 클래식 파이프를 만들 거면 치수와 양식은 잘 지켜야 한다

- 작가들이 많이 하는 말이긴 합니다만, 역시 눈앞에서 보고 배우며 한번 더 강조되니 깊이 와닿더군요.

  앞으로 클래식 파이프로 수련할 때, 양식과 비율, 치수를 잘 지켜서 제작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그밖에 파이프 시장의 동향과, 앞으로 작가로서 어떻게 국내 및 해외시장에 진입해야 할지,

'1인 기업'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파이프 작가로서의 경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선생님의 시행착오를 포함하여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그밖에 제가 만든, 만들고 있는 파이프를 꺼내서 보여드리고 개선점을 피드백받기도 했습니다.

참 여러 가지 많이 배웠네요 ^^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선생님께서 베풀어 주신 후의에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늦은 새벽에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작업실을 나오는데,

선생님께서 선물까지 주셨습니다 ㅠㅅㅠ 따뜻한 마음과 함께 받은 선물입니다.

감동의 쓰나미...

 

선생님께서 주신 선물... 염료입니다

 

그리고 다음에 올 때 클래식 파이프를 하나 정해서 똑같이 만들어 온다는 숙제를 받아 왔습니다.

 

빨리 해야 하는데 요즘 본업 때문에 제 일정이 맘 같지가 않아서 큰일입니다. ㅠㅠ

작업물이 많이 밀려있네요

 

[그리고 레벨업]

선생님의 수업 끝에 레벨업을 한번 했습니다.

직접 제 파이프를 교보재로 살짝 시연해 주셨었습니다.

 

손으로, 칼로 파이프를 칼로 깎고 있는 모습, 섕크를 연장하고 있습니다

섕크 부분을 깎아서 볼 하단부의 입체적인 모양과 선을 잡아주는 작업입니다.

칼로 조금씩 깎아서 모양을 잡는, 말 그대로 수제 작업이지요.

 

지금 위의 사진은 작업을 막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볼 하단이 정말 둥근 모양을 하고 있죠?

U 모양으로 잡혀 있는 상태입니다. 샌더에서 막 내려온 상태지요.

 

이걸 칼로 깎아서...

 

칼로 열심히 깎고 있는 모습

섕크와 볼이 만나는 부분을 칼로 깎아서, 섕크 선을 앞으로 밀어줍니다.

 

아래는 칼로 깎아서 모양을 완성하고 스테인까지 넣은 사진인데... 어쩐지 사진에서 입체감이 드러나지 않네요 ㅠㅠ

자세~~ 히 보시면 볼 하단부의 곡선이 파이프 앞과 조금 더 대칭되도록 곡선 모양으로 튀어나와 있습니다.

으음... 잘 보이지 않는군요 ㅠㅠ

나중에 최종 완성되면 클로즈업해서 찍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자, 여러모로 참 즐거웠던 김종욱 작가님의 작업실 방문 & 수강 후기였습니다.

 

 

직접 만나 뵙고는 참 많은 생각을 했지만,

선생님께서 해외 시장과 작가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부드럽고 너그러운 인품과, 사람들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뵈었던 선생님은 '마음 따뜻한 예술가' 그 자체였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예술은 예술가 본인의 내면이 표현되어 나오는 것인데,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작품에 매료되어 계속 찾게 되는 이유는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작품을 통해 아름다운 형태로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도 언젠가 김종욱 선생님과 같은 멋진 파이프 작가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하루하루 정진해야겠습니다.

 

포스팅을 여기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럼 여러분, 모두 즐파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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